
마음이 젖는 날이면
떠나온 고장이 무작정 그리웁고
온기를 잃는것 또한 두려운 일이지만
세상은 자기를 비울수록
오래 단단해지는 업장소멸이라서
빗줄기, 허공에 결코 흔적을 남기는 법이 없지
나무 이파리를 타고 해탈하던
빗방울
이제 중심이 푸른 세상을 위하여
제 육신 다 드러내고
스스로 제 길을 만들고 있다네
사랑은 이유없이 젖는거라 누군가 말했었지
어둠을 길어 올려 세상이 황홀하다면
그리하여 저 갯물속에서
꿈의 비늘을 건져 올릴 수만 있다면
습관처럼 돋아나는 우울도
늘상 기다림에 익숙한 풍경들도
뜨거운 꽃울림이 될 수 있으리
한웅큼의 노래를 위하여 기억은
부푼 상처를 저리 연주하고 있는
꿈으로 걸려있는 외로운 산기슭에
야윈몸을 부리고 있는데
시간과 공간사이
기다림의 줄에 매달려
저 하늘은 저리 흘러넘치고
세상은 더이상 젖을 수 없는것을
한번 젖은 마음은 다시 젖지 않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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