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시/김춘경님 낭송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산과사람 2010. 4. 9. 21:11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 현연옥


    이렇게 바람이 스산히 부는 저녁이면
    난 당신과 함께
    갈대가 어우러진 강섶에 해오라기 날고
    물소리 바람에 잠기는 조용한 숲길에
    마주하며  걸어보고 싶습니다

    먼저 하고픈 말을 누가 시작할른지는
    모르지만 깊은가을 강바람을 쏘이며
    가슴이 시원할 만큼 싸늘한 공기를
    들여 마시며 우리의 인생을 얘기하고 싶군요

    강물이 흘러가듯 우리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좀 더 마음을 넓혀
    하늘을 닮어볼수 있다면
    태산이라도 넘고 검운 먹장끼었어도
    태양에 눈 녹아 내리듯
    따스한 봄 날이 되겠지요

    한치앞을 모르는 인생
    부디치는 현실앞에
    감당하기엔 강을 하나 앞에두고
    먼 거리에 서있듯 침묵의 시간이지요

    그건 너무도 허망한 일입니다.
    해는 산자락을 깔고 있는데
    나무가지에 산까치의 울음이
    슬프게만 들리는것이
    임자없이 떠도는 나룻배같은 것이지요

    어둠내린 뚝길을 혼자 서성이며
    해질녁 이맘때면 편지를 쓰고픈
    생각이 얼마나 많었는지
    그대는 모르십니다
    야위어가는 우리의 삶에  
    바람만 불어도 눈시울이 붉어진답니다

    그대여!
    서산에 낙조를 바라보아요
    무거운 어깨 내려놓고
    그리고 그곳을 향해
    우리 같이 걸어가요

    인생의 깊고 오묘한 진리를
    우리 마음에 받아 들입시다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