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사람 2011. 8. 30. 23:26

 

     

    엄지키스 / 정진석

    아침 출근 때마다

    대문 앞에서

    엄지손가락에 침 발라

    꾹 찍는다

    나는 아내 이마에

    아내는 내 이마에

    우리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아침 햇살 톡톡 차며

    몇 걸음 나갔다가

    골목 모서리 돌기 전

    돌아보고 싱긋 웃으며

    오른손 바닥 입술에 대었다가

    히틀러마냥 쭉 뻗는다

    아직 그대로 서서

    손 흔들고 있는 아내 향하여

    인사 나누고도 아쉬워

    얼른 다시 다가가

    쪽 뽀뽀한 날들

    시나브로 멀어지는 거리

    벌써 여러 발짝 벌어진 새

    미소로 떠날 수 있을까

    우리 마지막 작별 입맞춤도

    굽은 등 서로 토닥이며

    하얀 머릿결 서로 쓰다듬으며

    뜨겁게 꼬옥 끌어안은 채

    두 줄기 눈물로 건넬 수 있을까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요

    미안하고 고마웠노라

    당신 만나 참 행복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