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키스 / 정진석
아침 출근 때마다
대문 앞에서
엄지손가락에 침 발라
꾹 찍는다
나는 아내 이마에
아내는 내 이마에
우리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아침 햇살 톡톡 차며
몇 걸음 나갔다가
골목 모서리 돌기 전
돌아보고 싱긋 웃으며
오른손 바닥 입술에 대었다가
히틀러마냥 쭉 뻗는다
아직 그대로 서서
손 흔들고 있는 아내 향하여
인사 나누고도 아쉬워
얼른 다시 다가가
쪽 뽀뽀한 날들
시나브로 멀어지는 거리
벌써 여러 발짝 벌어진 새
미소로 떠날 수 있을까
우리 마지막 작별 입맞춤도
굽은 등 서로 토닥이며
하얀 머릿결 서로 쓰다듬으며
뜨겁게 꼬옥 끌어안은 채
두 줄기 눈물로 건넬 수 있을까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요
미안하고 고마웠노라
당신 만나 참 행복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