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였으면 좋겠어/정연숙
이른 아침이면
베란다 창가에 부서지는
환한 햇살만큼
넉넉한 너였으면 좋겠어
때가 되면
싱그러운 새봄을 꿈꾸며
흙내음 먹고 자라는
풀씨 같은 너였으면 좋겠어
천리만리 두고
그리움 쌓고 또 쌓고
까닭없이 보고프면
잠깐 기다려 해놓고
무작정 한 달음으로 오는
바람 같은 너였으면 좋겠어
밤마다 찾아와
그저 아름답기만 하는
달로 떠 있어도
별로 떠 있어도
마냥 좋기만 하는 너였으면 좋겠어
너도 나처럼 외로워
아무 말없이 푸념을 들어주고
나 외롭지 않아 말하는
삶이 아름다운 너였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