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시/김춘경님 낭송

그대에게 바치는 시

산과사람 2010. 4. 9. 21:18
    그대에게 바치는 詩/박해옥

    오직 그대를 위해
    단 하나 뿐인 영혼으로
    별들이 저녁 산책을 시작하면
    빛 고운 숲 속으로 들어가
    시 귀신이 쒼 듯
    시를 썼습니다

    어둠이 온 세상을 용서한 아침
    물새도 발자국 내지 않은 새벽강물 위에
    주홍글씨 접히지 않게
    종이배로 고이 접어
    첩첩 세상 속 그대에게
    나의 시를 띄웁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여린 날개 짓으로 울 줄 밖에 모르기에
    너무너무 염려스러워
    명치끝이 저립니다

    한 발짝 한 발짝 뒤뚱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순수하고 아름다운지
    이름만 불러도 흠집 날까 싶어
    한번도 불러 보지 못한 채로 보내오니

    사랑하는 그대여
    당신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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