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미신을, 꿈을 얼마나 믿으세요? 저는 무교론자이며 허무주의자이도 합니다. 꿈을 믿기도 믿지 않기도 하며, 미신을 믿는 편에 속하는듯 합니다.
전 술을 무척 좋아합니다. 저희 어머니와 식구들이 유일하게 걱정하는 것이 제 술 주점부리이고.. 세상의 술이란 술은 죄다....... 먹어보진 못했고 먹고 싶다능... 집에 담금주는 죄다 내 뱃속으로;;
최근 며칠 버섯 시즌탓에 몸이 녹초가 되다시피하여 아내의 잔소리에 금주 하기로 했네요... 잠이 올턱이 있나요.. 며칠 익숙해 지니 잘만 하더이다.
어젯밤 일입니다. 그제 몸살을 앓아 겨우 뒤척이다 잠이 드나 싶었는데.. 초롱별이 뜬 하늘에서 느닷없이 콰르릉하는 천둥이 치는 겁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뭔 일인가 싶어 밖을 나가보니 하늘은 멀쩡한데.. 유독 한쪽 방향에만 푸른빛이 넘실거리는게 아니겠습니까..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갸우뚱 하다 다시 들어가 누웠는데... 이놈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현관 밖에서 말입니다. 다시 놀라 후딱 뛰어 나가니... 세상에나!!!!!!!! 아버님이 노한 얼굴로 서 계십니다. 왜요? 어쩐일이세요? 아버님? 하며 반갑게 다가가니 아버님이 여전히 노한 얼굴로 한발 뒤로 물러서시며.... 어서!! 가란 말이다 이노옴!! 하시는 겁니다. 영문을 몰라 뚱한 얼굴로 아버님을 바라보니 아버님이 계속 호통을 치시며 천둥치는 하늘을 가리키시네요.. 대체 뭔 일인지.. 그러시던 아버님이 훌쩍 등을 보이시며 성큰 성큼 집밖으로 나서 사라지셨네요... 전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잠들었고...
어디선가 구술피 우는 새 소리에 놀라 번쩍 눈을 떠 불이나케 밖으로 나가니.. 하늘은 퍼런 여명에 번들거리고 시간은 여섯시가 다 되어가는데... 제 온몸에 마치 비를 맞은듯 땀이 흥건합니다.
95년도에 작고하신 아버님이? 대체............... 별이 숨을 다해가는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천둥번개가 내리치고 아버님이 꿈속에서 가르킨 하늘을 바라보니 잠잠한 하늘은 무심한데...
끄응.. 대체.. 아침을 먹는둥 마느둥 하다 컴켜고 이생각 저생각... 능이 따러 가야하는데.. 송이가 끝물인데.. 주문양은... 미치겠네요..
결국 버섯산행을 포기하고 가방 하나 둘러메고 감으로 훌쩍 떠났어요. 아버님이 손가락질 하늘 어디쯤을 향해...
한참을 본능적으로 달려가 어느 산에 당도했는데... 이럴수가... 저도 모르게 당도한 곳이 오래전 아버님을 따라 산행에 나섰다가 죽을 고비를 넘긴 곳이었어요. 심한 비탈에 낙석이 빈번한.. 순간 소름이 쫘악... 돋는거 있죠.. 무작정 올라갔는데... 1시간을 헉헉 거리며 미친듯이 산 위로 올랐어요. 중간에 한번을 쉬었나...그러다가..
이놈을 만났어요. 거짓말처럼 미끄러지며 힘겹게 오르던 비탈진 곳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이놈!!
그리고 이놈도...
막 나타납니다. 발에 밟힐 지경입니다.(싹대 두어개 발로 밟았당;;)
어찌나 경사가 심한지 삼싹이 온전히 바로 서 있는 놈이 없어요. 휘어지고 꺽이고.. 뭐 이런 곳에 삼이 자생하는지... 로프에 의지해 삼을 채심한적이 있지만 여긴 더 심해요. 굉이로 바닥을 다져 안전지대 확보해가며...
어찌나 막 나타나는지... 제가 본 것만 60여채...
근동 산은 죄다 다녔고 눈감고 다닐 정도입니다. 이렇게 수풀이 무성하고 소나무와 활엽수림이 혼재한 산세입니다. 근방에서 삼을 꽤 채취했는데 이곳은 엄두도 못내던 곳이었는데... 오가는게 문제가 아닌 비탈이 심해 서있는게 곤욕스러워요~
올 여름 태풍으로 인해 부러지고 뽑힌 나무며 산사태의 흔적이 역력한 곳에 마당삼이 살아 남았어요. 정말 희한한것이 산이 쓸려 내렸는데 삼이 자생하고 있는 부분만 피해간듯.. 참 희한해요.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에 삼이 60채가 넘어요. 모삼인줄 알았던 오구짜리는 모삼이 아닌듯 하여 상부로 발걸음을 옮겨 보았는데, 위쪽 산지형이 심하게 쓸려 결국 포기.. 모삼은 사망?
형님과 누님에게 문자로 대충 어쩌고 저쩌고 위치를 넣으니 한시간이 넘어 당도했네요. 지원온 셈이죠. 혼자 채심하다간 밤 새겠어요~
모습이 나오네요.. 처음 나온 놈은 4구입니다. 경사가 심해 먼저 손보았네요.
그 뒤로 오구.. 오구.. 4구..4,4,4,5,3,3...... 쓸만한 삼 35섯 뿌리 캐고 흔적 지우고 하산했어요. 삼이 중요한것이 아닌 지난 밤 꿈이네요. 어찌 이런 일이 제게 일어났을까... 옛부터 심마니들은 꿈을 잡은 후 삼산행을 한다 했는데 그것이 맞는지.. 이상한 경험했어요~
오늘의 장원~ 제게 삼을 전수받은지 10년이 넘어 이젠 중잡마니이신 누님이 입을 쩍~ 한컷 해드렸네요..ㅎㅎ 싹대 포함 70그람이 넘고 뿌리만 약 40그람 꽤 큰 삼입니다~ 올해 100여뿌리가 넘는 삼을 만났고 제대로 된 삼이 채 서너 뿌리였는데...
아무래도 아버님이 손가락질 한 하늘 아래가 이곳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아버님 보고싶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삼 정리 후 모습입니다! 몇 장 올려 보아요~ 구경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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